오래간만에 바깥 활동하기 좋은 오후.
집에 가방을 얼른 던져놓고 아이들과 놀이터로 나왔다.
뛰고 또 뛰고, 신나게 그네도 타고.
이렇게 자주 나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울상인 미세먼지 때문에 집 안에서 노는 날이 더 많은 아이들.
J가 그네 옆 나무 아래에서 주워온 열매.
매실인지 복숭아인지 확신은 없지만 왠지 매실같다.
결혼 후 매년 현충일마다 외할머니댁의 밭에 가서 매실을 한가득 따와 매실청과 매실 장아찌를 담그곤 했었다.
이따금 그 매실청에 물을 붓고 얼음을 띄워 매실차를 만들면 신랑도 아이들도 무척 좋아라 했고 음식할때도 종종 요긴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매화나무는 베어졌다.
빈 공간만이 남았다.
사과나무도 감나무도 다 그대로인데 매화나무 자리는 횡하게 비어있었다.
외갓댁 할머니 방의 커다란 자개장도, 자개 경대도 다 그대로 인데 할머니는 더 이상 계시지 않았다.
할머니는 매실을 따러 할머니의 자식과 또 그의 자식들 모두 할머니댁에 모이는 것이 좋으셨던건 아닐까.
그 날은 집이 유난히 왁자지껄하고 생기가 넘쳤으니까.
가슴 속 기억상자에서 이젠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가끔씩 혼자 꺼내었다 다시 조심스래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