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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Soliloquy

단 맛, 토모마스 사이다

by YURI_K 2018. 6. 2.

S와 J모두 ‘단 것’을 매우 늦게 시작했다.
신랑도 나도 혀끝의 달콤함을 자주 즐기지 않는지라 아이들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래 접하게 될테니 굳이 내가 나서서 먹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내 예상대로 두 아이 모두 유치원에 입학하며 자연스럽게 단맛에 빠져들었다.
이후에는 가끔 커피에 곁들이던 마카롱도 에끌레어도 망설임 없이 내주었고 두 아이가 원하는 사탕은 펜트리 간식칸에 아낌없이 채워주었다.

그런데 너무 풍족하게 채워준 탓일까?
두 아이는 오히려 단 것을 자주 또 많이 먹지 않는다.
마치 내가 양을 정해준 것처럼 스스로 조금씩 조절한다.

하지만 ‘단 것’들 중 탄산음료는 또 다른 세계였다.
아직도 아이들은 콜라를 입에 댄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S와 J를 무척 귀여워하시는 단골 식당 주인장께서 나에게는 우롱차를, 신랑에겐 생맥주를,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토모마스 사이다를 내오셨다.

토모마스 사이다라니!
복숭아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기자기한 병을 보며 감탄했고, 그래도 자연스럽게 탄산을 시작해 다행이라 생각하며 난 아이들의 잔에 사이다를 부었다.

그 후 아이들은 그 식당에 갈때면 의례껏 토모마스 사이다를 시키곤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두 녀석이 마트에서 사이다를 발견했다.
S는 복숭아를 J는 수박을.
사들고 오는 내내 싱글벙글하던 두 녀석이 집에 돌아와 어찌나 맛있게 마시던지.
그 자리에서 신랑은 복숭아와 수박 사이다를 한박스씩 주문했다.



날씨가 더워진 요즘 두 아이가 가끔 사이다를 마시고는 한다, 한 번에 각자 1/3병쯤.
물론 ‘이왕이면 건강한 식단’ 이라는 평상시의 나의 이상과는 멀긴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아이들을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세상과 동떨어지게 키울 수는 없지 않을까.

세상의 맛.
S와 J의 아직까진 유일무이한 불량한 음료.
이것도 다른 단 맛 처럼 스스로 잘 조절해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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